한의신문
대구 비엠한방내과한의원 원장 이제원 기고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0
2026. 5. 20.
"병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근본에서 찾아야 한다(治病必求於本)"
- 『黃帝內經』 「素問·陰陽應象大論」
이는 증상을 누르고 숫자만 교정하는 대증요법을 넘어 인체 생명 활동 및 대사의 조화로움, 즉 항상성을 회복하는 것이 의학의 본질임을 시사합니다.
1. 낫지 않는 소화불량과 역류성 식도염, 약이 정답일까?
"소화가 안 되고 신물이 자주 올라와요."
60대 남성 환자분이 수년 동안 지속되는 위장 증상으로 내원했습니다.
양방에서 '위염' 또는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고 라베프라졸, 모사프리드, 우르소데옥시콜산 등 다수의 위장약을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을 때만 잠시 덜할 뿐, 증상 악화가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었습니다.
2. 파편화된 증상 이면에 숨겨진 진짜 원인 찾기
질병의 내면, 그 근본에 다가가기 위해 자세한 병력 청취와 정밀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그림 1. 갑상선 좌엽에서 관찰되는 변연부 석회화(Rim calcification) 결절
좌엽 내 다발성 결절 중 변연부 석회화를 동반한 결절의 횡단면(A) 및 종단면(B) 소견임. 결절 경계부를 따라 형성된 강한 고에코의 석회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특징적인 후방 음영(Acoustic shadowing)이 관찰됨. 이는 과거 수술 권고 및 조직 검사 시행의 근거가 된 주요 병변으로, 환자의 병력과 건강 상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됨.
그 결과, 단순히 위장의 문제가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 다약제 복용: 약 10년 전 당뇨와 고지혈증 진단을 받아 글리메피리드, 메트포르민, 로수바스타틴 등 여러 화학 약물을 복용 중이었습니다. 특히 당뇨약(Sulfonylurea계)은 2년 전 하루 1mg에서 현재 4mg까지 증량된 상태였습니다.
- 조절되지 않는 혈당: 환자의 기억과 달리, 실제 당화혈색소(HbA1c) 검사 결과는 8.3%로 매우 높았습니다.
- 쓸개 부재 및 기타 병력: 약 3년 전 쓸개 용종으로 전 절제 수술을 받은 상태였으며, 1년 전부터 원인 모를 좌측 무릎 통증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갑상선 초음파에서는 변연부 석회화를 동반한 다발성 결절도 관찰되었습니다.
환자의 소화기 증상과 관절통은 국소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쓸개 부재로 인한 소화 불균형', '조절되지 않는 혈당으로 인한 대사 및 호르몬 불균형', '다약제 복용에 의한 영향'이 매우 복잡하게 얽힌 전신적 대사 장애의 연쇄 반응이었습니다.
표 1. 다약제 중단 및 한의 치료에 따른 대사 지표 및 체성분 변화
당뇨 및 고지혈증 화학약물을 중단했음에도 당화혈색소(Hb A1c)가 8.3%에서 7.0%로 크게 개선됨. 대사 건강의 핵심 지표인 TG/HDL 비율 역시 1.7에서 0.9로 개선되었으며, 유의한 근육량 감소 없이 체지방 위주의 감량(-5.0kg)이 이루어지는 등 안정적인 대사 회복과 신기능(eGFR) 유지를 확인함.
3. 다약제 중단(Deprescribing)과 다중 한의 치료
이러한 상태를 소갈(消渴)의 중소(中消) 및 습열증(濕熱證)으로 진단하고, 「동의보감」에 수록된 가감백호탕(加減白虎湯)을 처방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는 연속혈당측정(CGM)을 통해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화학 약물들이 위장관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혈당 제어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약물의 필요성을 재평가하고 조정(Deprescribing)하는 포괄적 다중 한의 치료(Comprehensive, Multimodal Korean Medicine intervention)를 시행했습니다.
4. 데이터로 증명된 대사 회복과 질병의 '졸업'
그림 2. 치료 기간 중 월별 혈당 변동성 및 분포 변화(Monthly Box Plot)
치료 경과에 따른 월별 혈당의 추이를 보여줌. 치료 전에 비해 치료 후 혈당의 변동성(박스 크기 및 이상치)이 감소함.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참여 결과, 단 8주 만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 혈당 안정화: 당뇨 약물을 중단했음에도 당화혈색소(HbA1c)가 8.3%에서 7.0%로 뚜렷하게 개선되었습니다. 연속혈당측정 데이터에서도 극심한 혈당 변동성이 사라졌습니다.
- 건강한 체중 감량: 체중은 72.7kg에서 65.6kg으로 7.1kg 감량되었으나, 골격근량은 유의한 감소 없이 체지방 위주의 감량이 이루어졌습니다.
- 대사 지표 개선: 심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인 중성지방(TG)은 96에서 73으로 감소하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58에서 79로 상승했습니다. 대사 건강의 핵심 마커인 TG/HDL 비율이 1.7에서 0.9로 개선되며 안정적인 대사 회복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전신적인 대사 회복과 함께, 오랫동안 환자를 괴롭히던 소화기 증상과 무릎 통증은 자연스럽게 호전되었습니다.
5. 진정한 '만성질환 주치의'로서의 한의사
파편화된 증상이나 눈앞의 수치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조율하여 생명 활동의 균형을 회복하게 하는 것.
환자를 다약제 복용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여 진정한 치유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일차의료 주치의의 역할입니다.
전체론적 관점이라는 전통의 지혜와 현대 과학의 도구를 두루 갖춘 한의사가 환자에게 진정한 '건강한 자유'를 되찾아주는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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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진료 톺아보기 30 - 한의신문
“소화가 안 되고 신물이 자주 올라와요 ”
파편화된 증상 너머 환자의 삶 전체를 조율하여 질병의 ‘졸업’을 이끄는 만성질환 주치의, 한의사의 증명된 역량이자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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