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대구 비엠한방내과한의원 원장 이제원 기고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2
2026. 7. 10.
"최고의 의사는 약을 가장 적게 쓰는 의사다."
(The best doctor gives the least medicines.) - 벤저민 프랭클린
현대 내과학이 태동하기도 전, 약물의 오남용을 경계한 선지자의 통찰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약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늘 피곤하고, 아침마다 손이 부어요."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마른기침과 잦은 설사까지.
대규모 조직을 이끄는 65세 남성 환자분이 낯빛이 안 좋다는 지인의 강력한 권유로 내원하셨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잦은 외식과 심야 폭식.
주 5회 규칙적인 운동을 함에도 체지방률 25.4%의 과체중 상태였습니다.
늘어나는 약, 깊어지는 병.
진짜 문제는 환자분이 복용 중인 약물이었습니다.
부정맥 약과 고지혈증 약을 1년 넘게 복용했음에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원 2주 전, 양방 내과에서 당뇨약과 고지혈증 약 2종이 추가되어 총 5가지의 화학합성약물을 복용(다약제 복용, Polypharmacy)하고 있었습니다.
증상이 생길 때마다 약이 기계적으로 하나씩 추가되는 전형적인 악순환이었습니다.
현대 과학으로 분석하고, 전체론적 시각으로 통찰하다.
질병의 내면을 정확히 보기 위해 진단의학적 검사,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연속혈당측정검사(CGM) 등 현대 과학의 산물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결과는 심각했습니다.
- 신장 기능 저하: 크레아티닌 1.33 mg/dL, 사구체여과율(eGFR) 59로 만성신부전 3a기 진입.
- 대사 불균형: 당화혈색소 5.9%(당뇨 전단계), 심한 혈당 변동성.
- 심장 이상 신호: 3연발 심방조기수축 및 비지속성 심방빈맥 포착.
환자의 증상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습니다.
나쁜 생활 습관이 낳은 혈당 변동성과 수분 대사 이상이 얽힌 복합적 결과였습니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개입 없이 약만 늘어나는 동안, 신장 기능은 소리 없이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덜어냄의 미학, 진정한 회복의 시작.
치료의 핵심은 약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Deprescribing)이었습니다.
급격한 중단이 위험한 부정맥 약은 4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줄이고, 나머지 약물도 위험과 편익을 재평가해 과감히 감량했습니다.
대신, 몸의 정체된 수분(水濕)을 제거하는 오령산(五苓散)에 폐와 기관지를 편안하게 하는 약재(상백피, 마황, 석고 등)를 더해 3개월간 투여했습니다.
동시에 CGM을 부착하여 환자 스스로 식후 혈당을 눈으로 확인하고 조절하도록 생활 습관을 1:1로 교정했습니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건강한 자유'.
표 1. 화학약물 감약 및 포괄적 한의 치료에 따른 진단의학적 검사 및 체성분 변화
약물 재평가를 통한 감약 및 중단과 함께 약 3개월간 포괄적 한의 개입을 시행한 결과. 신장 기능(eGFR)이 만성신부전 3a기 수준에서 의미 있게 개선되었으며, 당화혈색소 안정화와 함께 근손실 없는 체지방 중심의 대사 회복이 객관적 지표를 통해 확인됨.
그림 1. 치료 전 1주일간의 외래 혈당 프로필(AGP)
대사 불균형 환자의 치료 전 연속혈당측정 결과. 환자의 혈당 중앙값이 대사 회복을 위한 엄격한 목표 구간(70~130 mg/dL)을 빈번하게 이탈하며 극심한 변동성이 보임을 나타냄.
AGP, ambulatory glucose profile; 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IQR, interquartile range; Avg, average.
그림 2. 치료 전 장기 연속 심전도(Holter) 검사에서 관찰된 심방성 부정맥 파형
가슴 두근거림을 호소하는 환자의 심전도 기록. 대사 불균형 상태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난 (A) 3연발 심방조기수축(PAC triplet) 및 (B) 최고 심박수 158 bpm에 달하는 4회 연발의 비지속성 심방빈맥(NSAT 4 beats) 소견을 나타냄.
Holter, Holter electrocardiogram; SVE, supraventricular event; PAC, premature atrial complex; NSAT, non-sustained atrial tachycardia; HR, heart rate.
한약 복용과 생활 습관 개선, 약물 감량이 병행된 결과는 경이로웠습니다.
- 신장 기능 회복: eGFR 수치가 빠르게 회복되어 한약 복용 종료 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 대사 균형: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2-IR)가 0.99에서 0.39로 현저히 감소하고, 당화혈색소는 5.7%로 완벽히 안정되었습니다.
- 건강한 감량: 골격근량의 손실 거의 없이 체지방만 4kg 감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로, 부종, 마른기침, 두근거림은 모두 사라졌고, 대변 상태도 정상으로 호전되어 진정한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한의사에 의한 내과학 (Internal Medicine by K.M.D.)
수술이든 화학합성약물이든 한의사의 도구에는 제한이 없어야 합니다.
한의사는 모든 현대과학의 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의사이자 의료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사는 수술이나 화학약물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파편화된 증상만 보고 기계적으로 약을 얹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전체론적 관점(Holistic view)으로 환자의 삶을 조율하여 결국 '약을 끊어낼 수 있도록' 이끄는 것.
이것이 세계가 인정해야 할 보편적 의사이자, 일차의료 주치의로서 실현하는 '한의사에 의한 내과학'의 진정한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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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진료 톺아보기 32 - 한의신문
“늘 피곤하고 손이 붓고, 가슴이 한 번씩 답답하고 두근거려요”
다약제 복용(Polypharmacy)의 굴레를 끊어 낼 수 있도록 환자의 삶을 조율하는 것, 한의사가 실현하는 진정한 일차의료 주치의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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