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대구 비엠한방내과한의원 원장 이제원 기고
: 내과 진료 톺아보기 28
2026. 1. 21.
"과학은 전문가의 무지에 대한 믿음이다."
- 리처드 파인만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진정한 전문가는 교과서의 지식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환자에게 나타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끊임없이 진실을 탐구하는 사람입니다.
1. "고혈압, 고지혈증, 내장비만... 약은 먹기 싫어요."
60대 여성 환자분이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대학병원 건강검진 결과 혈압은 189/101 mmHg로 매우 높았고, 고지혈증과 내장비만까지 겹친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당연히 약물 복용을 권했지만, 환자분은 "화학합성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내 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2. 데이터로 증명된 놀라운 변화
정밀 검사 결과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2-IR)가 높았고, 한의학적으로 위열치성증(胃熱熾盛證)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이에 가감백호탕(加減白虎湯) 처방과 함께 식습관 및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포괄적인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4~5개월 후, 데이터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 • 혈압 안정: 수축기 189 mmHg → 128 mmHg (화학합성 약물 없이 정상화)
- • 체중 감량: 58.4kg → 49.3kg (-9.1kg 감량)
- • 건강한 다이어트: 감량된 체중 중 8.1kg이 순수 체지방이었으며, 근육 손실은 0.6kg에 불과했습니다.
- • 대사 기능 회복: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2-IR)가 1.25 → 0.58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림1. 치료 기간 중 혈압 변화 추이 치료 시작일(Day 0)을 기준으로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의 변화를 나타냄. 실선은 7일 이동 평균(Moving Average) 추세선을 의미함. 약어: SBP(systolic blood pressure, 수축기 혈압), DBP(diastolic blood pressure, 이완기 혈압), MA(moving average, 이동 평균).
그림2. 치료 기간 중 체성분 변화 체중 감량 과정에서 골격근량은 보존된 반면, 체지방량과 체지방률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우하향 곡선을 그림.
3. 콜레스테롤의 역설(Paradox): 숫자가 아닌 '질'을 보다
치료 과정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살이 빠지고 혈압이 잡혔는데,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오히려 295mg/dL로 상승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진료지침대로라면 당장 고지혈증 약(스타틴)을 써야 한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환자분께 "약은 필요 없습니다. 지금 몸은 아주 건강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 • 중성지방(TG): 60mg/dL대로 매우 낮음 (혈관이 깨끗함)
- • 좋은 콜레스테롤(HDL): 80~90mg/dL대로 매우 높음 (혈관 청소부 역할)
- • TG/HDL 비율: 1 미만으로 심혈관 건강 최상의 상태
이것은 '지질 에너지 모델(Lipid Energy Model)'로 설명되는 현상입니다.
몸이 체지방을 에너지로 활발하게 태우다 보니, 지방을 나르는 운반체(LDL)가 일시적으로 혈액 속에 많아 보이는 것입니다.
마치 대청소를 할 때 일시적으로 먼지가 일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최신 심장내과 권위지(JACC Advances, 2024)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대사적으로 건강하다면(낮은 중성지방, 높은 HDL), LDL 수치가 높아도 관상동맥 플라크 형성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표 1. 환자의 진단의학적 검사 결과 총콜레스테롤(Cholesterol, total)은 상승했으나, 중성지방(Triglyceride)과 인슐린 저항성(HOMA2-IR)은 개선됨.
4. 한의사의 내과 진료: 수치 너머의 사람을 봅니다
진료지침은 '평균적인 환자'를 위한 것이지, 결코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가 아닙니다.
한의학은 인간을 단순한 수치로 환원하지 않고 생명 활동 전체를 바라봅니다.
그렇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회복의 신호를 읽어내고, 환자에게 '약물 중단'이라는 더 나은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당당히 걸으며 환자의 건강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비주류인 한의사가 진정한 내과 전문가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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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진료 톺아보기 28 - 한의신문
“고혈압, 고지혈증, 내장비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
전문가는 무지할 수 있음의 겸허함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 이러한 태도야말로 한의사가 내과 전문가로서 지닌 큰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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